위고에빅토르 : 색다른 레드벨벳 케이크 이것저것 먹으며

꽤 오래 전, 한때 흥하는 것 같았던 레드벨벳 케이크를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가끔 보이는 전율할 정도의 색감(..)이나 시트의 질감, 그리고 가장 흔히 보이는 치즈 프로스팅 특유의 질감과 맛이 그닥이었다. 나한테 그런데 부모님(특히 아부지;)께는 어떠할꼬. 아부지께서는 레드벨벳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시트의 짙은 붉은 색을 보실 때마다 미약한 거부반응을 보이시곤 했다. 맛을 보기 전에 겉모습부터 말이지ㅇㅇ
그런 내가 이번에 레드벨벳(!!!)을 가져왔다네. 그것도 지나가다 본 위고에빅토르에서.

읭? 위고에빅토르? 프랑스 파티스리를 표방하는 곳에서 웬 미쿡 케이크의 대표주자격(..)인 레드벨벳을?
게다가 지금까지 여기에서 레드벨벳을 본 적이 없구만?
궁금하긴 했지만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위에 쓴 이유 때문에ㅇㅇ 그런데 옆에서 부추기는 친구놈 & 빅토에위고 점장님의 자신만만함(..)에 들고와 봤다네. 위에 쓴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가져와볼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 오늘은 위고에빅토르의 레드벨벳 케이크.

오랜만입니다, 위고에빅토르의 로고. 이건 케이크 박스에 찍힌 놈.

그런데 내가 이곳 케이크를 가져올 때마다 삘받는 건 바로 이 쇼핑백이다.
지금까지 들어본 케이크 포장 중 가장 들고다니기 편한 놈이 바로 위고에빅토르의 이놈이다.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구조도 좀 달라요ㅇㅇ
박스를 열어보면,

이놈이 바로 위고에빅토르의 레드벨벳 케이크 홀사이즈다. 레드벨벳이라는 걸 제외하고 전체적인 모습은 취향ㅇㅇ

상단 데코레이션은 요 정도. 크림치즈 아이싱 위에 슈가파우더 솔솔솔. 그리고 위고에빅토르의 로고가 찍힌 초콜렛 피스 한 조각.

사이즈는 요렇고. 딱 1호 사이즈로 보인다. 단 레드벨벳이라는 케이크의 특성상 높이가 좀 있지ㅇㅇ
자, 이놈을 가지고 올 용기를 불어넣었던 단면(..)을 한 번 보자꾸나. 물론 쇼케이스상의 측면으로 본 거지만.

단면입니다ㅇㅇ 세 장의 시트와 그 사이에 틈틈히 발린 치즈크림 & 가장 위에 올려진 크림치즈 프로스팅. 굉장히 단순하고 기본적인 조합이다. 물론 레드벨벳에 이 이상의 구조가 있을 건 없겠지만(..) 자, 왜 이놈을 가져올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눈치챌 수 있으실 듯.
일단 지금까지 포스팅한 적 있는 레드벨벳 케이크 중 몇을 참고해보자면,

http://gesang.egloos.com/4289314 --> 요놈은 딘앤델루카의 레드벨벳,
http://gesang.egloos.com/4380664 --> 라보카의 레드벨벳 케이크다.

내가 그닥, 그리고 아부지께서 저어하시는, 레드벨벳이라는 이름을 뚜악 보여주는 듯한 붉디 붉은 시트의 색감이 대단하다. 그것에 비해 빅토에위고는 붉은색이라고 하기보다는 초콜렛 케이크라고 해도 들어먹힐 정도의 색상이다. 붉은색이 좀 배어나온다, 싶은 건 크림과 맞닿은 부분쯤. 그쪽은 크림으로 붉은 색감이 살짝 번지는 기분이 들고.

사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레드벨벳 케이크의 전율할만한 붉은 색감은 좀 왜곡된 측면이 없지않아 있단다.
원래 레드벨벳은 우리가 흔히 보는 그 전율할 정도의 붉은 색이 아니란다.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그게 케이크에 듬뿍 넣은 코코아가 케이크 안의 다른 성분(..뭐였더라;)과 반응을 일으켜 붉은색이 감도는 정도, 가 맞다던가. 그게 후대로 넘어오면서 이름인 레드벨벳에 어울리게끔 붉은색 식용색소를 듬뿍 넣는 형태로 발전됐다는 야그를 본 기억이 있다. 상업용으로 말이지. 그 설명대로라면 위고에빅토르의 레드벨벳은 차라리 원형에 가까운 거구만, 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좀 안심해도 좋을 것 같은 (붉은) 갈색입니다ㅎㅎ

이런 놈을 오늘의 커피와 함께 먹어주기. 오늘의 원두는 키쏘의 콜롬비아 아귈라 허니.
그리고 위고에빅토르의 레드벨벳 케이크는 어떤고 하니.

마스카포네 치즈맛이 물씬인 어른스러운 초콜렛 케이크ㅇㅇ
레드벨벳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크림의 베이스는 흔히 쓰는 크림치즈 베이스가 아니라 마스카포네 치즈 베이스다. 그래서 특유의 시큼한 맛은 안 나고 우유맛이 풍부하다. 그 위에 희미한 치즈향이 배어나오는 기분. 질감은 툭툭하고 찰지기 보다는 부드럽다. 위부드럽게 발려진다, 라는 기분이 들 정도. 게다가 이 마스카포네 치즈크림은 달달하기까지 하다. 제법 가당이 되어 있다.

더 큰 반전은 시트 쪽. 초콜렛(코코아?) 맛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시트는 달지 않다. 달지 않은 초콜렛(..코코아) 맛이 강하니 쌉싸릅하기까지 하다. 와인에 비한다면 드라이하다 표현할 수도 있을 듯. 그런 시트에 달콤하고 부드럽게 번지는 마스카포네 치즈크림을 함께 떠먹으니 어른스럽다, 라는 인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먹은, 일반적인 레드벨벳과는 마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내 취향에는 이쪽이 더 낫다ㅇㅇ
물론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은 필수

좀 색다른 레드벨벳을 드셔보시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가능.
레드벨벳의 겉모양 & 맛 등으로 애매..해 하시는 어르신들께도 이 정도면 시도 가능하실 듯 ( ≒ 초콜렛 케이크로 속이는 것도 가능(..))
아, 이런 레드벨벳도 있구나, 라는 감흥을 주는 케이크였다.

더불어 이건 쇼케이스 앞에서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내가 불쌍했던지 점장님이 하사하신 서비스들(..)
지금까지 위고에빅토르를 그리 갔어도 서비스 한 번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런 횡재수라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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