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주신 만년필(들) 이래저래 살며

어제 새벽이었던가.
카드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열불이 뻗쳐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책상 한귀퉁이에 있던 연필꽂이. 이리 보니 난하기도 하도다(..) ---> 그것이 내 책상의 매력!!! 이라고 우기기.
저 바바파파 머리에 꽂힌 것은 바늘 맞구요ㅇㅇ 저놈은 필기구가 아니라 푹신푹신한 질감 때문에 바늘꽂이(그것도 바늘 달랑 하나!!!)로 애용하고 있는 중. 우얐든 열불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리던 와중에 저 중 하나가 눈에 띄었으니.

바로 빨간 화살표 부분에 있던 저 놈.
고딩 때였나, 대학 초년 때인가 별 생각 없이 " 아, 나도 만년필이라는 걸 써보고 싶다.. " 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옆에 계시던 아부지께서 " 어, 그래? 그럼 하나 주마. " 라면서 박스째 던져주신 놈이다. 희희낙락해서 모나미 볼펜 박스에서 꺼내 쓰듯이 당장에 꺼내고, 다음 날인가 잉크 사서 쓰기 시작했었고. 물론 박스는 그 자리에서 모나미 볼펜 박스 버리듯이 버려버렸고ㅇㅇ
그런데 고딩 or 대학 초년에 만년필이라는 필기구가 그리 편히, 쉽게, 마구마구 술술 쓸만한 놈이 아닌지라. 만년필이라는 건 소위 " 길을 들이는 " 약간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 그 이후 저놈은 저렇게 다른 필기구들과 함께 방치플레이(..) 제대로 당한 만년필生을 주구장창 보내고 있었는데 그 새벽에 눈에 들어온 것.

그런데 그놈이 바로 몽블랑이라는 거ㅇㅇ
왠지 좀 불쌍하네..라는 생각에 뽑아들어봤다. 그리고 뜬금없는 또 하나의 신년계획(..)이 급조되었으니.
올해는 이놈을 좀 써봐야겠네, 라는 것.
방치 플레이 당한 놈이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도, 근래 너무 글씨를 안 써서 안 그래도 악필이 더더욱 퇴화되어 이제는 내 글씨, 내가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에 위기감을 느끼던 때라. 글씨를 좀 써야할텐데..라는 좀 뭣한 위기감의 와중에 그래, 이번에는 좀!!! 이라는 기분이었달까.

그 전에 저놈의 정체를 좀 알아보자, 싶어서 이리저리 좀 찾아봤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받은 그 날, 박스나 보증서 등등을 버려서 이놈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거든. 그런데 국내 서치엔진에서 찾아본 이미지에서는 이놈이랑 비슷은 한데 똑같은 놈은 안 보이고..결국은 외국 사이트에서 똑같은 모양을 찾을 수 있었으니. 1970년대 정도에 나온 Generation 시리즈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 中. 브랜드명은 저렇다고 해도 정확한 타입명은 찾을 수 없었고. 국내에서 찾은 Generation 시리즈 중에서는 저놈이랑 똑같은 모양은 없으니 그 중 하나겠거니..라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주인 잘 못 만나 이런 꼴로(..) 골드 닙은 변색이 안 된다면서 얼마나 굴렸던지 색깔이 저렇게..닦아줘야 하나.
그래도 14K/ct (Karat/carat) Gold 닙이 맞구요.
그 아래 세겨진 숫자는 14K/ct Gold의 순금 함유량을 말하는 것이란다. 이 새벽에 별 걸 다 찾아봤네.

그래서 그 새벽,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뻗쳐오르던 열불은 가지고 있던 필기구의 새로운 발견 & 새해 각오로 연결되었다는 뻘 소리. 더불어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이 있었으니.

.....하나가 더 있었다는 것 ㅡㅡa 일단 사진 찍어보기 위에 종이 박스는 벗겨놓은 상태. 고색창연 하도다.

이놈은 써 본 적도 없다. 쓰지 않은 이유가 있긴 하지만. 우얐든 이 시대에는 없는 W.Germany의 위엄(..)

몽블랑의 로망이라는 산꼭대기 눈(..)

이놈은 몽블랑의 가장 보편적인 주력(?)모델인 마이스터슈튁 ( Meisterstück ). 아마도 Meisterstück 145.

역시나 14k Gold 닙의 위엄.
위에 세겨진 4810은 몽블랑 산의 높이라고 하는데 이놈은 대학 4학년 때인가 졸업할 때 아부지께서 던져주신 놈.
주시면서 당시 뭐라 하셨냐 하면, " 이건 가지고 있다가 결혼할 사람 만나면 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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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지금까지 그냥 가지고" 만 " 있어요, 제가!!!!!


아마 아부지께서는 이런 놈들을 내게 주셨다는 사실조차 잊고 계실 듯ㅇㅇ
이 기회에 그냥 이놈도 내가 꿀꺽 해버려야겠다. .....힘 없는 내가 그 수 밖에 없잖아, 응? ㅡ,.ㅡa

만년필 한 자루 삼키려는 야망으로 지금까지 줄 사람 안 만든 것은 아닙니다, 녜(..)


덧글

  • CelloFan 2014/01/19 11:29 #

  • der Gaertner 2014/01/25 11:56 #

    하하 ^^;
  • 키르난 2014/01/19 11:44 #

    저도 아버지께 받은 만년필이 한 자루 있지요. 주인 잘못 만나서 얘는 여행계획, 다이어리, 일정 메모장 전용입니다. 그 덕에 매년 다이어리 만들면서 "만년필 쓰기 가장 편한 종이"를 골라서 하고 있지만 음...; 그래도 왠지 불쌍해...;
    제 건 워터맨인데 가방에서 하도 굴러서 이리저리 흠이 많이 났습니다. 그걸 그냥 생활감이라고 우기고 있어요.
  • der Gaertner 2014/01/25 11:56 #

    전 다이어리도 안 쓰는 1인이라..그나마 핸폰 스케줄러를 이용해 보자, 라고 노력은 하지만 그것도 많이 건너뛰구요.
    요즘은 확실히 필기할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글씨가 나날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글씨 못 쓰는게 제 자격지심 중 하나라 이 기회에 다시 손글씨를 써볼까, 마음 먹은 건데 어떨까 싶습니다.
  • 푸른별출장자 2014/01/19 12:04 #

    와--- 몽블랑...

    저런 것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워낙 필기구를 안 쓰기도 하고 잘 잃어버리기도 해서 (나이 들면서 더 심해지는...)
    솔직히 요즘 펜 쓸 일이 얼마나 있나요?
    스마트 폰에 패드에 컴퓨터에다가 쓱쓱 스타일러스 펜으로 그리거나 타이핑해서 바로 저장...

    가끔 출입국 양식 쓸때하고 호텔에서 가끔 게스트 폼에 쓰는 정도니까 그냥 거래처나 전시회에서 나눠주는 막펜으로 버티고 삽니다.
  • der Gaertner 2014/01/25 12:41 #

    사실, 저놈을 방치한 것도 필기할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 때문이지요.
    적당히, 편히 쓸 수 있는 메모용 펜으로는 전시회에서 받아온 판촉용 펜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회의 들어가서 저놈 쓸 일도 없고(..), 하다 못해 카드 쓴 후에도 전자서명을 하는 요즘 아니겠습니까. 그 와중에 대부분의 필기는 컴퓨터를 이용하니 글씨는 나날이 퇴화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더라구요, 끙. 그래서 다시 손글씨를 써볼까 했는데..과연 어떨까 싶네요 ^^;
    저런 만년필은 의전용이나 개인의 취미, 의도적인 사용 아니면 특별히 쓸 일이 없을 것 같더라구요.
  • Charlie 2014/01/19 12:15 #

    제건 펜촉이 망가져서 이리저리 굴리다 이사 다니는 와중에 없어졌는데...
    ...본사에서 무상으로 고쳐준다는것을 뒤늦게 알았지 뭔가요.;
  • der Gaertner 2014/01/25 11:50 #

    헉, 무상으로 고쳐준답니까?;;; 그 와중에 없어졌다니 이런 아쉬운 일이;;;
    전 몇 년 전에, 새로 써볼까..하는 기분에 저놈 들고 백화점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펜촉 교환은 가능한데 2n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안내에 다시 저 연필꽂이에 꽂아놨었지요(..)
  • 삼별초 2014/01/19 12:22 #

    펜 쓸일이 갈수록 없어지는 세상이다보니 저런 만년필을 보니 뭔가 로망이 고풍스러운 느낌이 더욱 드네요 ㅎㅎ

    처음에 몽블랑이 만년필 브랜드가 아닌 디저트로 착각한 저는 아무래도 이번 인생은 망한것 같아요 (...)
  • der Gaertner 2014/01/25 17:05 #

    그죠. 요즘같은 때에는 만년필이 아니라 어떤 펜이라도 글씨 쓸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 그럴 때에 만년필의 의미란 의전용, 취미용, 말씀하시는 만년필이라는 필기구에 대한 로망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그렇습니다. 저도 저 놈으로 글씨 써 본 횟수보다 먹어치운 몽블랑 갯수가 훨씬 많다는 불편한 진실 T_T;;;;;
  • 소마 2014/01/19 13:53 #

    몽블랑....봉블랑!!?!!! 집 펜꽂이에 무심하게 꽂혀있던게 몽블랑이라니ㅠㅜㆍ부럽습니다ㅠㅠ 제 연필꽂이에는 모나미만 여섯개'-';;;
  • der Gaertner 2014/01/25 11:46 #

    .....그러니까 주인 잘 못 만난 거라니까요, 저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지요, 쩝.
    부러워하실 것도 없는게, 사실 요즘같은 시절(..)에는 만년필을 쓸 일도 없더라구요. 그 와중에 가장 많이 쓰는 펜은 전시회 갔다가 얻은 판촉물이라는 사실(..)
  • 김구필 2014/01/19 15:00 #

    아 저거 60발 넘는 비싼 물건인데 저게 집 펜꽂이에 방치 플레이를 당하고 있었다니....아.....ㅜㅜ첫 만년필이 금닙이라니 부럽습니다.
  • der Gaertner 2014/01/25 12:38 #

    사실 이 야밤에 저놈을 새삼 꺼내본 것도 이게 주인을 잘 못 만나 이 고생이네, 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좀 많이 찔리고 있어요 ^^;;;
  • 2014/01/19 15: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5 12: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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