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살색 양말 이래저래 살며

1.
지난 목요일날 받은 문자.
예약을 한 건 지난 2월인가 3월이었다. 그런데 그때랑 현재랑 다른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메르스.
하지만 저 문자를 받고 별 저항감 없이 " 오는 월욜이군. 가야지. " 라며 일정을 살폈다.

메르스 관련 현 사태를 가볍게 보는 것도 아니고 난 괜찮을 거야!!! 라며 출처없는 자만심에 불타는 것도 아니다.
좀 무덤덤하달까. 하지 말라는 거 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거 조심하면서 내 자리를 지키면 큰 문제 있겠나, 싶은 기분. 게다가 정말 문제가 있다면 교수님께서 먼저 도망(..) 가지 않았겠어? ㅡ,.ㅡa 라는 생각도 조금.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괜찮겠냐, 라고 물으셨지만 저리 말씀드리니 별 말씀 안 하셨다.
다만 시간이 저래서 출근했다가 병원을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윗분께는 말씀드려야 했다. 그랬더니 대번에 " 2주, 아니 1주만 연기하면 안 되겠나. " 라며 우려를 표하셨다. 그 반응에 위의 심정을 말씀드렸다. 한 가지 더 덧붙여서. " 제 의견은 이런데 이 병이 전염성이 있다니 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만약에 제가 다녀오는 것이 저어되신다거나 껄끄러우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일정을 미뤄보겠습니다. " 하고.

우리 팀 분들은 나 빼고 모두 독실한 종교인이시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관장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는 입장..이신 듯.
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 연기하면 안 되겠냐고 물은 건 자네가 껄끄러워 하는 것 같아서 한 얘기였어. 난 전혀 문제 없어. 이 x장은? " 팀장님 질문에 사수 이하도 무덤덤하게 전혀 문제없다고들 하고.
월욜, 병원 갔다가 오면서 아티제의 치즈 바게뜨나 사와야지(..)



2.

친구놈이랑 카톡하다가 메르스 얘기가 나왔다. 자취하는 동네 길에 메르스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안 다닌다나. 성남의 7살 꼬맹이가 확진이라는 소식 어쩌구..해서 " 어? 그 꼬맹이 확진 아니라 3차 검사에서 음성이라던데? " 라며 정확히 하려고 인터넷 뉴스를 찾았다. 그랬다가 허걱, 했지.

[ 당시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35)로부터 병원 안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 라는 문구를 [ 당시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35)로부터 병원 안에서 감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 라고 잘못 읽어서 ㅡㅡ;;; 깜짝 놀라서 " 감금?!?!?!? 왜?!?!?!? " 했다가 친구놈에게 쫑코먹었다.
단어 한 끝 차이가 참 무섭네(..)



3.

참으로 촌스러운 1인인지라 한여름에도 반드시 양말을 챙겨신어야 하는 1인이다. 신발 밑창이 맨발에 달라붙는 느낌을 안 좋아해서ㅇㅇ 많이 시판되는 덧버선 형식의 양말은 내 발이 문제인지 백이면 백, 벗겨지는 문제가 있었다. 벗겨지지만 않으면 딱인데. 우얐든 그런 이유로 그나마 좀 덜 촌스러워 보려고(..) 살색양말을 찾았는데 살색양말 하면 스타킹 재질의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면이 반드시 섞인 양말인데 색깔은 살색(!!!)인 놈들. 지난 봄부터 여름을 대비해 살색양말, 살색양말을 되뇌며 찾으니 친구놈들은, " 살색양말은 의외로 무척 귀한 아이템이지 ㅡㅡa " 라며 사이비 현자같은 말만 되뇔 뿐이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이었나. 어무이께서 백화점에 아부지 양말을 사러 가신단다. 냉큼 따라 갔다가 바로 위에 있는 저 양말을 발견했다는 거지. 솔직히 저 정도 무늬는 바지 입고 신발 신으면 가려질 것 그까이꺼..라는 기분에 유레카!!!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 이, 이 양말 다섯 켤레만 주세욤ㅡㅡ;;; " 했더니 점원 曰, " 이 제품은 이거 하나 밖에 안 남아 있어서요 ^^;;; "
굉장히 아쉬웠다. 그래서 어무이께서 아부지 양말을 고르시는 내도록 옆에서 걸그렁걸그렁 미련미련..요렇게 있었다. 그러자 아부지 양말을 계산하던 점원이 고맙게도 저 살색양말을 쇼핑백 안에 슬그머니 같이 넣어 주었다.

금요일인 어제, 외부 미팅이 한 건 있어서 바지 정장에 저 양말을 신고 펌프스를 신었다. 당연히 겉보기에는 멀쩡.
비록 한 켤레지만 ( 더불어 불쌍해서 넣어준다.. 라는 점원의 기분이 느껴진 한 켤레였지만;) 득템한 살색양말이 뿌듯해서 사수께 자랑했다. 살짝 바짓단을 들쳐 보이며. 그랬더니 사수 曰, " 아무리 그래도 그게 뭐야!!! 웬 고양이에 발자국까지!!! 그건 아니지이!!! "

.....고양이가 아니라 멍멍인데요. 발자국을 보기 전까지는 물개..라고 생각했지만.
우얐든 다시 살색양말을 찾아 헤매야 하는 1인이 바로 나요.

덧글

  • 2015/06/14 00: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6/14 13: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6/14 18: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CelloFan 2015/06/14 00:08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der Gaertner 2015/06/14 12:32 #

    오지 마랍니다(..)
  • 키르난 2015/06/14 06:03 #

    저도 고양이라고 생각을...; 요즘 저런 건 고양이가 많이 나와 그런가봅니다. 제 양말은 언제나 검정! 전 제복(...)이 항상 청바지에 운동화라서 검은 양말로 밀고 나갑니다. 이건 가끔 어머니가 평화시장 가서 사다주세요.(먼산)

    그리고 삼성병원은... 으으으으으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 넘어간다.ㅠ_ㅠ)
  • 키르난 2015/06/14 12:02 #

    그리고 추가.OTL
    지금 삼성병원 부분폐쇄한다는데 신규외래가 아니라 예약진료라서 상관 없으신가요..?;
  • der Gaertner 2015/06/14 12:41 #

    예약 취소 되었습니다. 일단락은 난 건데..그조차도 참 애매해서리 으음..싶네요(..)
    어떻게 보면 가장 무난한 해피앤딩인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ㅎ

    어, 그런데 저 양말의 무늬, 멍멍이 같지 않은감요? 고양이는 눈동자가 다른데!!! 싶었는데 말입쇼(..)
  • 키르난 2015/06/14 13:35 #

    하기야 목에 리본다는 건 주로 고양이보다 개......; 아니, 비슷비슷한가요? 눈동자가 동그란 걸 보면 고양이보다 개 같기도 한데, 아무리 봐도 헷갈립니다. 뭐, 개건 고양이건 살색이란게 중요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