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넌 좋은 기기였어. 더불어 질문 하나. 이것저것 들으며

1.

제목의 " 넌 " 은 바로 윗 사진의 물건.
저 파나소닉 MP3CDP을 구입한 건 기억상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대 부터라 호도하는 친구놈들도 있는데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그때는 다른 기기였어, 이놈들아(..)
우얐든 10여년이 넘도록 쓴 저 기기가 드디어 수명이 다한 모양이다.
지금껏 리모콘은 몇 번 갈아줬지만 본체는 한 번 수리한 적도, 문제가 있어본 적도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 주 초부터 버벅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레이를 누르자마자 피식 꺼진다는 것. 10중 7은 그렇다. 그리고 두번째는 겨우 음반이 돌아가기 시작해도 걸음걷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시식 꺼져버린다는 거. 이건 안티쇼크 기능에 문제가 생긴건가, 싶긴 한데 어차피 플레이 시작부터 문제가 있어 보이니 꼭 그것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그거라도 어떻게 하겠는가, 수리하는 곳이 없는데(..)
이 기기를 쓸 때는 " 걸어다니면서, 움직이면서 " 라는 단서가 반드시 붙는데, 그러기에 저 두 증상은 치명적이다.

사진은 한 2년 전 쯤의 겨울에 찍은 거라 음반이 저런 거지만(..)
갑작스레 보이기 시작한 문제는 굉장히 난감하기까지 하다. 집 밖으로 나갈 때 10중 9~10는 반드시 이놈을 끼고나가는 지라. 음악을 들을 때는 MP3 등지를 다운받아 듣는게 아니라 구입한 음반을 걍 꽂아들고 나가는 아날로그적 인간 A가 바로 나다. 이 빠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라니 참으로 고루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아날로그를 자청했고 어떤 면에서는 강제적이기까지 했다. 자청했다는 건, 밖에 나갈 때마다 듣고싶은 음악이 다른데 그때마다 CD랙에서 해당음반을 빼드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요, 강제적이라는 건 듣고싶은 연주자가 연주한 음악이 디지털음원 제공사이트에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급 지난 월요일부터 이러니 참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도 불평할 수가 없는 것이 지난 10년이 지나는 동안 이놈을 굉장히 혹사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이놈의 문제있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슬슬 은퇴시켜줘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서핑을 하면서 이놈의 후속을 슬슬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대체재가 없어(..)
안 그래도 10년이 훌쩍 지난 세월 전에 유행했던 물건, 일부 장르를 제외하고는 이미 무수한 대체재가 만연한 세상에 쓸만한 portable CDP를 찾기는 어려웠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있는 건 장난감 같은 것들과 "어학용" 이라는 표딱지를 붙여놓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니. 그래서 아마존을 들렀더니 상대적으로 물건은 꽤 보이는데 가격이 으음..하는 수준이라. 이미 단종된 물건들이라 희소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신품 가격은 후욱 올라가 있었다. 뭐, 정말 삘 받으면 사는 건 사는 건데 사서 들여오는데 드는 관세 등등은 좀 신경쓰일 것 같은 수준이라. CDP보러 갔다가 음반 주문했다는 건 안 자랑(..)

현재 기로에 서있다.
  1. 어떻게든 Portable CDP라는 구시대의 유물울 구입하는냐.
  2. 아니면 어떻게든 위의 물건을 고쳐보느냐.
  3. 아니면 어떻게든 내가 아날로그적 인간의 탈을 벗고 신 디지털인(..)으로 거듭 나느냐.
위의 항목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고. 안녕, 하고 쿨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은데 현실은 다시 수리를 해야 하느냐, 라는 쪼잔(..)함까지 다시 돌아와 버렸다.
좀 애매하다 싶어 일단 3번을 선택해서 시도해 봤다네.



2.

즉, 어젯밤에 오늘 출근시 당길만한 예상 음반(..) 하나를 뽑아서 리핑해봤지. 그리고 핸폰의 외장메모리에 넣고 한 번 들어보면서 왔는데.
아, 깝깝해 ㅡㅡ;;;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좀 깝깝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특히 문제는 CD전체가 하나의 곡처럼 이어지면서 연주되어야 하는데 트랙이 바뀔 때마다 툭툭 끊어지는 건 음악감상의 맥까지 후욱 끊어버리는 기현상이 있네. 하지만 가장 문제인 건.
.....그럼 앞으로 모든 음반을 이런 식으로 몽땅 리핑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는 거?;;;
정말 그런 거라면 이건 참;;; 스러울 정도로 만만찮다. 저걸 언제 다 해? 그리고 급 듣고싶은 음악이 생기면 그건 어느 틈에 해야 하는데?;;; 디지털이 좋다지만 이럴 대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대응이 더 빠를 수 있구만, 하는 아이러니도 잠깐.

그래서 결론, 이 포스팅을 급 하게 된 이유.
CD구입하셔서 CDP 없이 듣는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들으시는지 조언 구합니다 T_T
제가 디지털 음원 쪽으로는 심히 무지하여서 말이지요;;; 역시 음반을 일일이 리핑해야 하는 건가요?
만약 일일이 리핑했을시 트랙간 휴지기가 없어야 할 경우 (ex. 연속되는 악장이나 오페라 전곡 등등등) 어떻게 들어야 합니까? --> 이건 특별한 음악감상 앱이나 옵션 선정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미묘하다. 어떤 방법이 정착될 때까지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겠지만 과연..스럽네.
부디 빠른 시간에 빠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라며, 난 출근해서 뭐 하고 있는 건지(..)

덧글

  • CelloFan 2015/06/18 11:13 #

    저도 오랫동안 CDP 를 들고 다녔다가, iPod 이후에 디지털로 어찌어찌해서 넘어온 케이스입니다. 저같은 경우 Apple iPod 부터 지금의 iPhone 까지 계속 Apple 사용자였기 때문에, Apple iTunes 에서 CD를 리핑할때, MP3 규격이 아니라 Applelossless 라는 무손실압축 방식으로 리핑을 했습니다. 물론 mp3 보다는 훨씬 음질이 낫구요. CD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 나름 만족하고 사용중에 있습니다. 클래식 음반 하나당 350-400MB 정도 용량으로 리핑되는 것 같네요.

    만일 가드너님이 아이폰 사용자시라면, 이 방법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 der Gaertner 2015/06/19 08:53 #

    일단 전 아이폰 사용자는 아니라서 말이죠, 흐윽.
    그래도 이제는 대세를 따라 CD리핑은 기본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CelloFan 님께서는 들여오시는 음반 일일이 리핑 다 떠놓으시는 건가요? 기존에 가지고 계시던 음반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가지고 계신 용량도 장난 아닐 것 같은데 말씀이지요.
    급 궁금해지는 게 많습니다. 전용으로 리핑파일 담아놓는 외장하드도 하나 구입해야 하나..이러고 있습니다 T_T
  • CelloFan 2015/06/19 15:13 #

    당연히 다 못했습니다. 계속 하고 있는데, 음반 사는 속도를 리핑 속도가 따라가질 못해서... 뭐 그냥 손에 잡히는데로 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리핑한 곡정보에 대한 태그에 대해서 일종의 Naming Rule 을 가지고 있어서 iTunes 에서 주는 트랙 정보를 다 제 방식대로 고치는 이유로 더 속도가 안나네요. 저도 워낙 기술의 진보와는 별 상관없이 살아가는, 구텐베르크적인 인간이라서 그냥 아이맥 / 아이폰 이 너무 편하고 좋네요. 윈도우 환경이었다면 제 모자란 머리로는 터져버렸을지도.
  • der Gaertner 2015/06/20 10:17 #

    움베르트 에코 옹의 수필이 떠오르네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었던가, 에서 당시 아이맥(매킨토시;)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카톨릭 같다고 했었죠. 윈도우 운영체제에 비해 사용자들에게 친절하다..라는 의미였던 것 같은데 하도 오래 전에 읽었던 지라 기억이 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책 빼들어봐야 겠습니다ㅎㅎ
  • 키르난 2015/06/18 12:13 #

    전 3번...ㄱ-; 집에 도착하는 음반은 일단 다 리핑합니다. 휴대용 CDP가 없으니 리핑하지 않으면 음악 듣기가 심히 어려거든요. 그리고 트랙이 바뀔 때마다 음악이 끊기는 경우는...=ㅁ= 리핑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종종 드라마CD 같은 걸 MP3로 듣기도 하는데 그 때도 별로 끊김은 못느꼈어요....
  • der Gaertner 2015/06/19 08:51 #

    결론은, 리핑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인듯요 T_T
    이제 일상의 작업이 하나 더 늘 것 같습니다. 비록 리핑을 하는 건 제가 아니고 기계겠지만 들여오는 음반들마다 떠놓는 것도..지금까지 그걸 피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말이지요..아..T_T;;;
  • 마스터 2015/06/18 18:27 #

    리핑하는데 gapless라는 방식이 있긴 합니다. 음반 전체를 하나의 파일-wav로 하던 flac같은 무손실압축으로 하던-로 떠놓고, 트랙 구분은 X트랙이 몇.몇초부터 몇초까지라는 큐시트 파일-텍스트형태-로 따로 기록해서 둘을 가지고 플레이하는거죠. 당연히 플레이어쪽(스마트폰의 어플이든 독립된 음악 재생기기든 PC 프로그램이든)에서도 이 큐시트 플레이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안드로이드신지 애플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플 스토어에서 gapless로 검색해보시면 해당되는 어플들이 나올겁니다.

    저도 알고만 있지 시도해본적이 없어서;; 관심 있으시면 집에가서 해보고 캡쳐화면 몇개 떠서 더 자세하게 써보겠습니다.

    제가 써본건 뮤지컬 블루레이 음원을 통짜로 추출한 뒤에 저 큐시트를 수동으로 만들어서[...] 통짜 파일을 트랙으로 잘라본 쪽이라;; foobar같은 컴용 음악재생 프로그램은 통짜파일을 저 큐시트 가지고 트랙별 파일로 잘라주기도 하거든요.

    아, 큐시트 gapless 방식으로 CD 뜰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 외에도 있겠지만- 제가 쓰는 건 EAC, Exact Audio Copy라는 프로그램입니다.

    http://www.exactaudiocopy.de/
  • der Gaertner 2015/06/19 08:49 #

    결국 리핑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군요, 리핑 파일의 형태가 무엇이든.. T_T;;; 그 귀찮음(..)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대세를 따라야 하나, 하고 남겨주신 댓글들 보며 심적 정리를 해가고 있습니다.
    일단 제 기기는 구식 안드로이드폰인데(하지만 굉장히 애착이 가서 당분간 기기변경 할 생각도 없는ㅎㅎ) 아래 랜디리님께서 언급하신 전용플레이어를 한 번 찾아봐야 할 듯요. 그리고 마스터님의 설명에 따라 작업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 대단히 감사합니다.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ㅎㅎ
  • 오랜만 2015/06/18 17:14 #

  • der Gaertner 2015/06/19 08:46 #

    앗, 이게 뭐지..라고 멋 모르고 눌렀다가 예쁘다!!! 라고 호성으로 터졌습니다
    비록 일어는 한 글자도 못 알아보는 1인이지만(..) 예측 가능한 사진설명에 짐작만 합니다ㅎㅎ
    그런데 구입여부를 떠나 정말 예쁘네요..참조할 만한 사항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a
  • 펑크로봇 2015/06/18 17:21 #

    확실한건 무슨방법이던 귀찮으실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리핑하는순간 음질은 틀어지기 마련이라 ㅠ 무손실음원이라고 해도 음질은 확연히 다릅니다...
  • 랜디리 2015/06/18 18:00 #

    무손실을 어떻게 이해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동일한 CD에서 FLAC으로 뽑은 음원과 WAV로 뽑은 음원은 파형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즉, 이 둘은 동일한 음원이라는 얘깁니다. 심지어 EAC 같은 음원 추출 프로그램은 아예 accurip 이라는 기능을 지원해서 원본 CD와 리핑된 데이터의 정합성을 체크해 주기까지도 하죠.

    오히려, '음질' 이라는 측면에서는 - 아웃풋 같은 건 포맷의 문제가 아니니 - 리핑해서 듣는 게 CD플레이어로 듣는 것보다, 이론적으로는 확연히 낫습니다. 광매체를 재생할 때는 판의 미세한 휨이나 플레이어의 불안정성으로 에러가 생기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런 게 얼마나 음질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으신다면, 적어도 FLAC과 WAV의 차이보다는 훨씬 크다고 말씀드리죠.
  • der Gaertner 2015/06/19 08:44 #

    아날로그적 삶(..)보다 확실히 귀찮음은 늘어날 듯요 T_T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미루고 또 미뤘는데 결론이 그것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나..싶기도 합니다.
    그저 그 귀찮음이 오래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정착되길 바랄 뿐입니다 T_T;;;
  • 랜디리 2015/06/18 18:02 #

    Gapless 기능을 지원하는 플레이어를 쓰시면 됩니다. iOS 기기들의 경우 상당히 일찍부터 지원하고 있고, Android 기기에서도 프로그램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전용 플레이어를 사시는 쪽이 제일 편하기는 하구요.

    위의 마스터 님께서 써 주신 방법도 좋습니다만 - 사실 이론적으로는 저 방법이 제일 좋죠 - cue sheet를 지원하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음악 파일이 통짜로 돼 있을 때의 귀찮음도 좀 있기는 합니다.
  • der Gaertner 2015/06/19 08:42 #

    오..하고 읽다가 전용 플레이어라는 단어에 후욱 당겼습니다. 어차피 CDP를 새로 사느냐..라는 고민이라면 아예 이 기회에 단종된 그놈들 말고 전용 플레이어를 구해볼까 하구요. 현재 제 핸폰은 구형 안드로이드라 메모리 등의 문제가 좀 있으니 그쪽이 좀 더, 라며 살짝 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음반 리핑은 기본이어야 할 듯 하니..끙.
    그런데 전용 플레이어라 하시면 아이리버나 소니 등등에서 나오는 그런 놈들 말씀하시는 것 맞죠? ㅎㅎ
  • 레니번 2015/06/18 22:42 #

    제 주변 클래식 덕후들은 모두 씨디를 사자마자 리핑부터 합니다. 그리고 대용량 플레이어에 파일을 박아두고 씨디는 그저 집에 모셔놓아요.
  • der Gaertner 2015/06/19 08:33 #

    .....역시 리핑은 기본인건가요 T_T
    향후 새로 들어오는 음반들은 매번 해놓는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놈들은 어느 세월에..A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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