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 전성시대 & Ein kleiner, hübscher vogel 이래저래 살며

집에서 쉬는 동안 포스팅을 많이 할 거라 여겼었다.
계절도 바뀌고 여행도 다녀왔고 먹은 것도 많고 소소한 일들도 있었고.
.....그런데 그 생각이 그저 망상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은 금새였다 ㅡㅡ;;;
걍 망상 뿐이냐. 출근하던 때보다 오히려 더 게을러진 1인을 발견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올해 흉년이었다고는 해도 매년 하던 제비꽃 포스팅도 안 하고(사진은 찍어놨는데!!!) 목련 사진도 안 올려보고..기타등등 기타등등, 작년에 비해 포스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만난 봄의 끝자락, 여름 되기 전에 꽃 사진 한 번 올려봐야지, 하는 게 이 포스팅의 주 목적.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하던 공복유산소 운동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 출근하게 된 새 직장이 가까워져서 웬만하면 평일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중이고ㅇㅇ
센터도 나가기는 하지만 날 좋고 꽃 좋은 계절에는 탄천 산책을 선호한다. 뭐, 그래도 시속 6km 이상은 유지하려 하니 주변 구경이라기 보다는 운동에 가까운 산책이지만 주변이 바뀌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햇살이 펼쳐지는 시간 즈음으로, 눈에 보이는 색깔의 변화로, 코끝에 닿아오는 향기로, 등 쪽으로 배어나오는 땀에 닿는 운동복의 촉감 등등으로 말이지.

그 중 하나는 나무에 핀 꽃색깔의 변화였다. 봄의 초입은 노란꽃으로 대부분 시작하더니 그 노란색 사이로 붉은색 계통이 끼어들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그 노랗고 빨간 색깔이 대부분 사라지고 흰 꽃의 세상이 되었다. 나무에 구름 같이 핀 흰 꽃의 군락은 색깔도 그렇고 향기도 그렇고 사람을 꽤 들뜨게 한다.

현재 색깔만이 아니라 공기 중의 향기를 지배하는 1인자는 단연 아까시 꽃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여전히 아카시아, 라는 단어가 친숙한 나는 구세대겠지(..)
우얐든 그 아까시 나무에 꽃이 주렁주렁 달렸다. 얘네는 피었다, 라는 동사보다 달렸다, 라는 동사에 어울리는 모양새기도 하지. 아주 어렸을 때 아까시 꽃을 처음 보고 " 포도같다 " 라고 생각했던 것이 인이 박혀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새벽, 한 송이 따와서 어무이께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아, 얘네만 보면 ( 얘네 향기 맡으면) " 꿀 빨고 싶다.. " 라는 말이 절로 중얼거려진다. 증말 꿀 빨고 싶네(..)

시선을 내리면 아까시 나무의 아래 쪽에 야생 찔래꽃의 피어나기 시작했다. 피는 시기는 아까시 나무 꽃이 질 무렵 얘네는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아까시 꽃의 후욱하니 들어오는 단 향과는 또 다른, 좀 더 연하고 달콤한 장미 향이 배어나온다. 그 두 나무 덕분 ( + 클로버꽃 향기 ) 에 근래 공기 중의 달달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 향을 만끽하려면 해가 중천에 뜬 낮보다 이른 새벽이나 밤이 제격이다.

갓 피기 시작한 놈들. 뒤에 만개해서 져가는 놈도 하나 있구만.
탄천 변의 찔래꽃은 거의 흰색이다. 원래 야생 찔레는 흰색인가..분홍이나 그런 것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조롱조롱 달렸다, 라는 느낌이 드는 때죽나무 꽃도 한창ㅇㅇ 향기도 제법 산산하다.
얘는 생긴 것도 참 귀엽지. 열매의 작용은 귀엽지 않지만.

집에 들어오는 길, 사람 없는 벤치에 후두두둑 떨어진 때죽나무 꽃은 많이 아깝다.
바닥에 떨어져 짓밟히는 놈들보다는 나으려나.

멀리서 보면 말 그대로 " 구름같다 "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팝나무 꽃도 한 가득.
부엌 창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이팝나무 군락, 운동하고 들어오는 길에 그곳까지 허위허위 찾아갔다.

가까이에서 보는 한 송이 한 송이는 멀리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재미있어.

이건 나도 뭔지 잘 모르겠더라; 멀리서 꽃이 뭉쳐있는 모양 & 잎사귀의 형태를 대강 보고 오동나문가..했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오동나무 꽃과는 전혀 달라서 어리둥절.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이놈의 정체를 아시는 분들께 한 수 가르침 바랍니다(..)
그리고 아래는 부록ㅎㅎ

나무 아닌 풀꽃으로도 흰색이 피어올라 있더라. 얘는 제충국이냐 구절초냐..우얐든 그쪽 계열처럼 보이는 놈.

우리집 어귀에 있는 작약조차 흰색이다.
그저께인가..비오는 날, 어느 아주머니께서 꽃잎이 쏟아질새라 이놈 위에 비닐봉지를 씌워주시는 것을 보고 웃었었지. 아주머니도 웃으시고 나도 웃고.

이런 꽃들을 보며 오랜만에 브람스의 사랑의 노래 왈츠 Liebeslieder Waltzer 를 들었다.
버전은 세 가지, 하나는 성악 4중창이었고 또 하나는 혼성합창, 나머지 하나는 네 손을 위한 피아노 듀엣으로ㅇㅇ
계절과, 향기와, 꽃과 굉장히 어울려서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더라. 역시 3박자 왈츠의 흥겨움이란.
오늘은 Op.52 중 6곡, Ein kleiner, hübscher Vogel 한 마리의 작고 귀여운 새가 를 한 번 연결시켜 보기.
Petersen, Doufexis, Guera, Jarnot  버전으로 올려보고 싶은데 그놈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다른 놈으로.



.....그런데 올리고 보니 심하게 엄격 & 화려 창대한 가수들 & 피아니스트들 면면이네;;;
심하게 엄격해, 심하게;;;
아, Guera의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부르는 산들산들한 왈츠풍이 제 맛인데;
물론 리트(..중에서도 연가;;;) 한정의 음성이지만.

덧글

  • CelloFan 2017/05/16 10:59 #

    아이들도 요새 밖에 나가면 코를 킁킁대요. 꽃냄새 난다고. 그럼 아빠는 말하죠. 미세먼지 많댄다. 마스크 쓰거라. 아빠가 낭만이 없어요. 이런이런.
  • der Gaertner 2017/05/20 11:35 #

    오올,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셨군요ㅎㅎ
    전 그저 꿀빨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나더랍니다. 이런 제게 낭만을 말씀하시면 ㅡㅡ;;;
  • 푸른별출장자 2017/05/18 00:35 #

    대만에도 하얀 꽃이 피긴 하는데 그것이 백합과 유동화인지라...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상징이지요.

    한국의 봄에 느낄 수 있는 그 청량함이 가끔 그립습니다.
  • der Gaertner 2017/05/20 11:39 #

    이곳은 한겨울인데 봄이 왔다며 매화꽃 사진 올려주실때 얼마나 부러웠는데요ㅎㅎ
    그런데 저것도 지난주 얘기였던듯요. 오늘은 흰꽃은 거의 사라지고 장미가 잔뜩에 기온이 30도에 육박입니다. 여름이 됐나봐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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