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케이크 : 멜론 구름 케이크 이것저것 먹으며

동네에 환상의 케이크 전문점이 하나 있다. 왜 환상이냐 하면.
.....열려있는 걸 본 적이 없어설라무네 ㅡㅡ;;;
잡지 등에도 나온 적이 있고 파티셰께서 책도 내셨으며 제과 강습 등도 있는 곳이라는데 난 한 번도 오픈되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픈은 언젠지 모르겠는데 폐점이 내 퇴근 시간보다 이른 건 확실했다. 하도 곁을 안 주기에 언젠가 한 번은 전화까지 한 적이 있었지. 홀케이크 구할 수 있냐고. 그랬더니 홀케이크는 반드시 2~3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폐점시간이 오후 6시기라 예약하는 케이크를 찾아가는 것도 그 이전에 와야 한다는 엄청난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어제 제대로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 폐점시간은 오후 6시, 예약한 케이크도 오후 6시 이전에 와야 찾아갈 수 있단다; 토요일은 오픈된 그곳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갈 일이 없었던 거였구만.

우얐든 이건 진입장벽이 장난 아니여... --> 요런 생각을 하며 속절없이 산 게 몇 년째인, 그래서 내게는 환상인 케이크점이었다. 그런데 어제, 퇴근 길에 케이크 사러 뻘뻘뻘뻘 동네 돌아다니다가 역시나 별 게 없어서 뭐 처에서 적당한 파운드케이크를 사들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분명 7시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 환상의 케이크점의 불이 켜져 있더라니!!! 손에 들고 있는, 지금까지 기십번은 먹은 듯한 파운드케이크의 묵직함이 분명 느껴졌지만 난 그 불빛을 따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홀케이크는 없으리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라도 보고 싶어서리.

하얗고 작은 매장은 쇼케이스 안에 작고 예쁜 무스케이크가 두 조각씩, 그리고 구움과자를 몇 종류 보유한 조용한 곳이었다. 매장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파티셰께서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오신 것 같았고. 예쁘장한 무스케이크를 보면서 살짝 궁금해지기는 했는데 부모님 생각을 하면 무스케이크는 좀...싶어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케이크를 한 번 들고와봤다. .....그려요, 진심은 지금 안 먹어보면 영원히 못 먹어볼 지도 몰라;;; --> 요런 기분;;; 언제 또 열린 문을 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고.
아, 케이크점 이름은 " 해피해피케이크 " 였다. 그리고 오늘 가져온 케이크는 " 멜론 구름 케이크 "
참 소녀스러운 감성의 상호에 케이크 이름이다, 싶네ㅎㅎ

박스에 음각처리된 상호명. 해피해피케이크. 아, 햅삐하고 싶다...
박스를 열어보면,

이놈이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멜론 구름 케이크다.
홀사이즈는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니 당연히 평소 가져올 수 있는 건 쁘띠갸또 사이즈.

하얗고 몽실몽실한 크림에 작은 멜론 한 조각. 이름 그대로 멜론 구름 케이크로다ㅎㅎ
거기에 상호명이 찍힌 작은 종이 레이블 한장이 화룡점정.

사이즈는 요 정도. .....파티셰께서 일본에서 공부하셨답니다. 작죠, 녜(..)
하긴, 미쿡식 케이크 이외에 이~~~따만큼 큰 케이크를 본 기억은 별로 없네.

옆구리는 요렇게. 아래에 얄팍한 제누아즈 한 장, 그 위에 크림층 사이에 멜론조각이 떠억떡 꽂혀있는데 자세히 보면 크림이 살짝 노리끼리 & 바닐라빈의 흔적이 보인다. 크렘 앙글레즈와 생크림의 혼합물이 아닐까..하는 추측 중. 그리고 그 위에 살짝 두꺼운 제누아즈를 얹고 그 위에 새하얀 생크림 소복히.

요런 놈을 오늘의 커피와 함께 먹어주기. 오늘의 원두는 저번에 이어 브룬디AA.
그리고 멜론 구름 케이크의 맛은 어떤고 하니.

실한 멜론(..)이 사각사각 제대로 씹히는 생크림 케이크ㅇㅇ
아마도 구름케이크라는 건 제철 과일을 사용한 해피해피케이크의 계절과일 생크림 케이크 시리즈인 듯. 아직은 여름이라 여름의 과일인 멜론을 사용한 것 같은데. 솔직히 생멜론을 주로 사용한 케이크를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괜찮네ㅇㅇ
아니, 돌이켜보면 멜론과 크림은 충분히 어울릴 수 있구만 그 조합은 그닥 생각지 못했던 듯.

멜론은 푸욱 숙성이 된 놈이 아니라 살짝 사각한 식감이 남은 신선한 놈이었다. 그렇다고 풋맛이 나지는 않고 멜론의 맛이 제대로라 그게 의외로 괜찮았음요ㅇㅇ 우유맛이 연하게 나는 크림 사이로 과즙 물씬인 차가운 멜론이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과 맛이란. 멜론이 있는 층의 크림은 역시 단순한 생크림이 아니라 앙글레즈 혹은 커스터드를 섞어 바닐라향이 물씬 나는 달달하면서도 농밀한 맛 & 질감이라 더 나았던 것 같고. 포크를 뜰 때마다 멜론과 제누아즈, 크림이 한가득 올라와서 한 입 가득 베어물면 멜론의 사각사각, 크림의 달달하고 풍부한 우유와 바닐라의 맛, 그리고 습기가 제대로 엉긴 촉촉하고 달달한 제누아즈가 함께 입안에서 어울어진다.

어디 함 보자, 하는 마음에 가져왔던 놈 치고는 맛있게 먹었네(..)
계절과일을 사용한 생크림 케이크의 특성상 남녀노소 취향을 탈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이 케이크점의 문제는 흔한 직장인 1인에게는 진입이 어려운 영업시간.
......어찌 한 시간 정도만이라도 연장 안 될까, 하는 마음 한 가득이다. 그럼 궁금증을 좀 풀 수 있겠구만ㅎㅎ
엇, 그런데.
돌이켜보면 과일류을 사용한 케이크류를 안 좋아하는 게 바로 나였는데 급 혼란스럽다;;;;
이 간극은 뭘까, 잠시 고민해 봐야 할 듯.

덧글

  • Citadel 2018/09/16 00:44 #

    케이크가 정말 예뻐요ㅎㅎ 멜론 케이크라길래 메로나를 닮은 케이크인가 했는데 정말 깔끔해 보이네요. ㅎㅎ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ㅎㅎ
  • der Gaertner 2018/09/22 11:57 #

    깔끔 산뜻한 일본식 케이크였습니다.
    계절별로 바뀐다는데 가을은 어떨까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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